내가 느끼는 오픈소스의 지금...
오픈소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기여자로서 느끼는 점
어제 "공유지의 '비극'… 지속 가능성 악화로 생존 기로에 선 오픈소스"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https://v.daum.net/v/20260104140149671
기사에서는 현재 오픈소스 생태계가 ‘지속가능성 위기’ 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유지보수는 소수의 무보수 메인테이너에게 집중되어 있고, 무임승차·번아웃·인력 고갈·기업의 상업적 이용이 누적되면서 이제는 생태계 붕괴가 현실적인 위험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기사에서 대표적으로 아래의 사례들을 들고 있다.
- 쿠버네티스 Ingress NGINX 지원 중단
- Log4j 사태
- xz 유틸 해킹 사건
- Faker.js 사건
- Core-js 개발자 생계 위기
이 사례들은 단순한 사고나 사건이 아니라, 현재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체감하고 있는 이야기었다.
처음 내가 경험한 오픈소스
돌이켜보면 나는 코드보다 커뮤니티로 오픈소스를 처음 접했다.

내 커뮤티니의 첫인상은... 우분투 한국 커뮤니티였는데 진짜 완전 다른 차원, 다른 세상이었다.
사람들은 모여서 각자 요즘 관심 있는 기술을 이야기했고,
나는 반 이상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그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개발자 커뮤니티 특유의 분위기—조금은 서툴지만 진지하고, 가끔은 과하게 열정적인—그 공기가 이상하게 좋았다.
나도 저렇게 과하게 열정을 가진 분야가 있나? 하며 어울리는게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오픈소스와 커뮤니티는 결과물 이전에 사람이 중심에 있던 공간이었다.
조금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지만, 당시의 느낌은 일본 만화에 나오는 ‘이상한 오타쿠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다.
실용성보다 재미와 호기심이 앞서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모여 있는 사람들.
나는 그 순수함이 좋았다.
오픈소스와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가 같은 시선으로 오픈소스와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건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도구로서의 오픈소스와 커뮤니티
물론 모든 기여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는 배우기 위해, 누군가는 경험을 쌓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 그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오픈소스 기여나 커뮤니티 활동을 취업을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 자체가 아니라, 목표가 프로젝트나 생태계의 성장보다는 "내 이력에 남길 한 줄" 에만 있을 때다.
이런 경우 기여는 '완성'이 아니라 '통과'가 된다.
- 리뷰어가 어떤 부담을 지게 되는지
- 이 변경을 누가,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하는지
- 정말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이런 것들은 쉽게 고려 대상에서 빠진다. 중요한 건 “뭘 변경시켰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많은 경우 그 사람은 조용히 사라진다.
그 결과, 리뷰는 점점 고역이 되고, 메인테이너와 리뷰어의 리소스는 소모된다.
특히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이 문제는 더 빠르게 증폭되고 있다.
나도 요즘 PR이나 이슈를 보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이 PR과 이슈 뒤엔 정말 사람이 있는 걸까... AI가 있는 걸까.
오픈소스의 가치를 폄하하는 시선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을 때,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 오픈소스 사라지면, 팩트는 몇 일 안에 똑같은 오픈소스 누가 만듦.
솔직히 말하면, 모르고 하는 말 일 수 있지만 이 말은 꽤 힘이 빠지는 이야기이다.
물론 필요한 누군가가 만들겠지.
하지만 기존 프로젝트가 쌓아온 신뢰, 맥락, 책임, 유지보수의 역사는 며칠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인식은 결국 오픈소스를 사람이 아닌 결과물로만 보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이 빠진 오픈소스는, 반드시 무너진다.
이는 생성형 AI가 보편화된 지금, 그 사용자들에게 더욱 크게 되돌아올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도 혼란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젠 잘 모르겠다.
오픈소스에 기여하고는 있지만, 이걸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Committer가 되고나서 며칠은 좋았다.
하지만 "커미터가 되었다"는 사실이 내 삶을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타이틀은 바뀌었지만, 하는 것은 이전과 똑같고
그 이전부터 기여하면 기여할 수록 오히려 이 생태계가 얼마나 사람의 선의와 책임감에 의존하고 있는지가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픈소스에 순수히 기여한다고 말하기엔, 나는 그렇게 선한 사람은 아니다.
나 역시 수많은 오픈소스를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입장이고, 어떤 면에서는 기사에서 말하는 '이용만 하는 사람'에 더 가깝다.
내가 기여하는 이유도 거창하지 않다.
코드를 보며 배우는 게 재미있고, 이해되면 즐겁고, 알고 나면 기분이 좋아서일 뿐이다.
커미터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축하는 많이 받았고 타이틀을 얻었지만,
코드 리뷰와 이슈 검토부분에서 최근들어 번아웃, 피로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겪으면서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오픈소스 기여는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운영 피로도를 최대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치며
딱히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어서 쓴 건 아니고 심지어 나도 모르겠다이니...
꽤 시간이 지난 뒤에 어떻게 상황이 바뀌게 될까 해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혼란과 피로감을 정리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남기고 싶어서 썼다.
우리가 쓰고 있는 수많은 라이브러리와 도구 뒤에는,
실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와 삶이 녹아있다.
오픈소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르겠다.
나도 지금 코드를 관리한다는 것에선 어느정도 현타가 와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