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guk Choo

Data Engineer

취미로 개발을 하는 사람

나는 취미로 개발을 한다.

현대의 노동 시장에서는 돈을 받으면 일이 된다. 받지 않으면 취미가 된다.
이 단순한 구분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갈라놓는다.

노동은 남고, 나머지는 유희로 밀려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구분 안에서 사람을 이해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설명할 때 무엇을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말한다.

행위가 아니라 소속, 과정이 아니라 위치.
정체성은 그렇게 노동 시장 안으로 수렴된다.

그래서 일이 없는 상태는 단순히 할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자신을 설명할 언어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취미는 어긋난다.
취미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아무도 이유를 주지 않는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해서 계속하는 것.

나는, 어쩌다 보니 취미라는 형태로 남게 되었다.
문제는 일은 분명하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취미는 다르다.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남는다.
“굳이 왜 하고 있지?”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취미는 이상하다.
가장 자유로운 활동이면서, 동시에 가장 먼저 의미를 잃는다.

취미로 개발을 한다는 것은 이 상태를 피하지 않는 일이다.
의미가 있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보상이 있어서 이어가는 것도 아니다.
명확한 이유 없이 시작했고, 지금도 그냥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공허하다.
왜 계속하는지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지는 않는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만둘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취미라는 것은 의미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충분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든다.

일을 한다는 것,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행위가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감각.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위치도 조금씩 흐려지는 느낌.

그런 흐릿함이 완전히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아직은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일 뿐이다.

나는 여전히 취미로 개발을 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계속하고 있다.